미술기행(15)

스스무 카미조 <ALONE WITH EVERYBODY>전

페로탕 서울 (서울특별시 종로구 팔판길 5)

2022.4.21. ~ 5.26.

이번 달에는 서울 북촌에 있는 ‘페로탕 갤러리’에 가서 스스무 카미조의 전시를 보고 왔다. 페로탕(Perrotin)은 1990년 에마뉘엘 페로탕에 의해 설립되었고, 현재 파리, 뉴욕, 서울, 상하이, 두바이, 도쿄 등 전세계 여섯 개의 지점을 갖고 있는 대형 현대미술 갤러리다.

이번 서울 페로탕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스스무 카미조는 일본 작가이며, 뉴욕을 중심 무대로 작품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생소한 화가여서일까, 필자에게는 작품이 낯설고, 주제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 이 작가의 그림 스타일은 번쩍 뜬 눈 하나와 으르렁거리는 듯한 얼굴, 그리고 얼굴의 근육 모양들 때문에 기괴하고 특이하게 보였다.

그림에서 다른 부분들은 넓고 미니멀적으로 그려진 반면, 얼굴을 상징하는 부분은 섬세하고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렇게 대조를 이루는 표현들이 스스무 카미조만의 작품적 특징을 이루고 있어 관람객들이 작품에 눈을 떼지 못하는 것 같다. 작가는 2014년부터 푸들 형상을 갖고 페인팅 작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작가의 애인이 애견미용사여서 이 푸들 형상에 처음 관심이 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사실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전에 그림을 본다면 ‘푸들’을 그렸다는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 ‘강아지’라는 걸 아예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흥미롭게도 작가가 이 작업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푸들 형상이 비교적 선명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더 많은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그림 경향이 해체주의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예컨대 초기작에는 푸들의 형상이 잘 드러나도록 다리를 포함한 전체 모습을 그렸는데, 현재에 와서는 푸들을 연상시키는 약간의 힌트만 그림에 남겼을 정도다.

재미있는 점은 작가가 푸들 작업을 함으로써 개의 본질을 드러내려는 게 아니라, 개의 형상이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는지, 푸들의 형상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관람자들의 입장에서는 스스무 카미조의 푸들 작품을 보고 어떤 부분이 푸들 같은지 찾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또한, 푸들을 넘어서서 관람자들은 제2, 제3의 비정형적 형태를 상상할 수도 있다.

작가는 푸들의 복슬복슬한 털을 하나씩 그리는 방식 말고, 색채와 선이라는 매우 단순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사실적 그리기 방식이 관람자들에게는 푸들 찾기가 더 용이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아리송하고 모호하게 그린 것이 스스무 카미조 작품이 매력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려진 것의 크기가 짐작하기 어려워 관람자들 입장에서 이 강아지 그림이 토이 푸들인지, 스탠다드 푸들인지 잘 알 수 없는 것도 재미있다.


각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푸들을 제외한 나머지 형태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 그림에는 창가를 암시하는 네모난 프레임이 그려져 있는데, 이 안에 단순한 동그라미가 들어가 있다. 이것이 하늘에 떠있는 해나 달같이 보이기 때문에 작가가 창밖 풍경을 간단하게 생략해서 그린 것 같다. 두 번째로, 배경에 나무 또는 꽃 형상이 보인다. 작가가 이것을 어떤 의도로 그렸는지 잘 알 수 없지만, 간략하게 그려진 것이 평화롭고 귀여운 느낌을 주어 기분이 좋았다. 또한, 식물이 화분이나 땅에 심어져있는 것을 보고 관람객들은 작가가 실내공간을 그렸는지 야외를 그렸는지 예상할 수 있다.


이번 달에는 푸들같기도 하고, 푸들이 아닌 듯하기도 해서 흥미로웠던 스스무 카미조 작품세계의 문을 두드려 보았다. 그의 그림들은 강아지 형태의 반추상적인 것을 선보여 필자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푸들 형상이 미래에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궁금해진다. 아쉽게도 페로탕에서 열리는 스스무 카미조의 개인전은 오월 말에 끝났기 때문에 작품을 관람하고 싶은 분들은 다음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