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기행(8)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2021.7.8-10.10



【글, 사진 =신수안, Artist Sooan Shin】 요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덕분에 대중 사이에서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높아졌다. 대중들은 우리나라 미술의 특징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고, 어디까지가 미술이라고 볼 수 있는지 등을 궁금해한다. 요즘에는 회화, 조각, 등 전통적인 장르를 포함해서 실험적이거나 개념적 미술도 현대미술이라는 틀로 같이 엮여 있다. 그렇다면 근현대 이전의 미술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걸까? 우리의 문화재가 그 당시 사람들에게 미술의 개념이라고 칭해진 게 아닐까. 덕수궁 국립 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에서는 우리나라의 문화재와 근현대 미술을 한데 두어 감상하기 쉽고 한국의 미를 같이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이 전시는 총 네 가지 키워드 [성스럽고 숭고하다/ 맑고 바르며 우아하다/ 대중적이고 통속적이다/ 조화로움으로 통일에 이르다]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는 성(聖)이다.


▲오태학, <마음>, 종이에 채색, 2003

이 파트에서는 종교적 성스러움과 숭고함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작품들, 예를 들면 통일신라 석굴암 관련 작품이나 고구려 고분벽화 등이 전시되어있다. 이 파트는 종교미술로서 부처를 향한 믿음이나, 천상 세계에 대한 염원을 표현하고 이에 대한 귀중함을 널리 알리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자리한 곳이다. 성스러움은 우리나라 미학의 핵심으로서 이후 미술가들에게 주제 측면에서 영향을 주었다. 이곳에는 불교 미술품이 많이 전시되어있는데, 그중에서 내 눈에 띈 것은 오태학 화가의 <마음>이었다. 평온해 보이는 부처상과 포근하게 겹쳐진 채색 방법이 한데 잘 어울려, 감상자에게도 번뇌가 일제히 가라앉는 기분을 주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이 당대 종교미술 작품을 보며 이런 마음을 느꼈을까 궁금해진다.


▲ 이중섭, <봄의 아동>, 종이에 연필, 유채, 1952-1953, 32.5x49.6cm

이중섭 화가의 <봄의 아동>을 보면, 산이 보이는 들에서 아이들이 곤충과 식물을 갖고 놀며 자연을 만끽하는 모습이 보인다. 전시 도록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려청자의 뛰어난 장식 기법과 도상들은 이중섭 작품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고려청자는 상감기법으로 제작되는데, 이는 자기 표면에 무늬를 음각하여 자국을 남기고 다른 재료를 메워 무늬를 살리는 방식이다. 이중섭 화가의 유명한 ‘은지화’ 기법이 이와 비슷하다. 은박 위에 뾰족한 도구로 드로잉을 하면 이것이 그대로 음각이 되고, 그 위에 물감을 바르는 방식으로 이중섭 화가는 기법을 발전시켰다. 이중섭 화가가 문화재 중 하나인 고려청자의 제작방식을 차용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겸재 정선, <박연폭>, 조선 18세기, 종이에 수묵, 119.5x52cm

두 번째 파트는 ‘아(雅): 맑고 바르며 우아하다’이다.

이곳에는 격조 높은 심미적 취향과 화법을 추구하는 미술품들이 전시되어있다. 전시도록에 따르면,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많은 한국 화가들이 금강산을 그리며 한국의 이상향을 표현하는 데 영향을 주어 풍류 미학의 결정체가 되었다고 한다. 즉 우리나라 산천을 그린 실경에 남종화법을 가미하여 형성된 진경산수화풍을 정선은 훤칠하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여기서 남종화법은 기교가 아니라 정신적이고 인격적 표현을 중시하며 담백하면서도 청아한 것을 우선으로 하는 표현이 특징이다. 박연폭포가 북한 개성에 있어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그림 앞에 서서 보니 물 이 얼마나 우렁차게 떨어지는지, 마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윤명로, <겸재예찬 M.310>, 캔버스에 유채, 2000

이 작품은 윤명로 화가의 ‘겸재예찬’ 연작 중 하나로,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을 이용해서 나뭇가지나 바위 등 자연의 흔적을 담아낸 작품이다. 어두운색으로 강렬하게 형태를 그리다가도, 그 위에 유화 기름을 흘려 형태를 지우고 잔잔한 자국을 남겼다. 또한, 물감을 묽게 하여 표면에 흩뿌리는 기법을 취해, 그림을 보면 전체적으로 힘이 느껴지면서도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는 작품이다. 한국적 정서가 서구적 재료를 만나 인상 깊은 장면을 연출한다.

제 3파트는 [속(俗) 대중적이고 통속적이다]이다.

조선 시대 풍속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을 포함해 조선 시대 풍속화, 미인도, 민화 등이 전시되어 있다.


▲ <까치 호랑이>, 종이에 채색, 93x60cm, 조선후기

이 민화에서 호랑이는 요괴같이 표현되어 있다. 나무와 비교해서 호랑이의 크기는 매우 듬직하고 거대하며 얼굴은 동물도 사람도 아닌 것 같이 보인다. 입은 흡사 드라큘라처럼 보이고 눈은 도깨비 같다. 조선 후기에는 호랑이가 이런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었던 걸까. 100m 거리에서도 무서워서 줄행랑칠 것 같은 인상이다. 조선 시대 민화에서 호랑이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뭘까? 일찍부터 우리나라에는 산이 많아 호랑이가 많이 서식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단군신화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뜻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민족의 호랑이에 대한 신앙은 한마디로 경이로운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미술 양식에 표현되었는데 불교미술에서는 산신령, 회화에서는 군사나 벽사 등 강인한 존재를 상징했다. 반면 조선 시대 민화에서는 이에 비해 해학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많이 비추어졌는데 이는 우리 민족의 해학적 정서가 투사된 것이다. 이처럼 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에 맞물린 영험한 존재로 보이고 있다.

▲ 이만익, <안녕>, 실크스크린(ed.56/266), 36 x 58cm, 1989

이 작품은 이만익 화가의 실크스크린 작품, <안녕>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념해 제작된 판화로 보인다. 바로 위의 <까치 호랑이>와 비교해서 이만익 화가의 호랑이는 너무나 귀엽게 표현되어있는 것이 재미있다.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에게 호랑이는 더욱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도 백호를 모티브로 한 수호랑이었다.

제4 파트는 <화 和: 조화로움으로 통일에 이르다> 이다.

이 전시장에서는 이질적이고 또한 대립적인 두 가지가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채 화합을 이루는 미술 작품들을 선보인다. 우리의 문화유산 및 문화재가 현대미술과 만나 공존하는 지향성을 표출한다. 예를 들면 진경산수화를 레고 블록 같은 현대적 재료로 재구성한다든지, 불교 반야심경을 TV와 결합한다든지 말이다. 즉, 현대 작가들이 과거 우리 민족의 문화재에서 영향을 받아 이를 오마주 하거나 모양을 변형해서 조화로운 미술을 시도하는 것이다. 한국미란 무엇인가? 이 전시장에서는 작가 스스로 질문하여 미술기법이나 주제를 찾아 한국미의 진화하는 주체성을 다룬다.


▲황인기, <오래된 바람-금강산>, 캔버스에 아크릴릭, 크리스탈, 2016

▲ 백남준, <반야심경>, 혼합재료, 1988


한국미술, 한국미를 단순히 한 단어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획한 이번 전시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에서는 네 가지 특징적 키워드를 통해서 한국미술의 발전상을 보여주었다. 회화만 있는 게 아니라, 디지털 등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한 미술 작품이 우리의 문화재와 같이 전시되어 있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더불어서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한국미를 조명하는 전시가 많아 눈이 즐거워지는 요즘이다.

출처: 신수안의 미술기행 (8) - 포스트24 - http://www.post24.kr/28259